'S&T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대표이사)'의 종주 산행이 35일 만에 재개됐다. 4월 한 달간 산불 경계령이 내린 탓에 산행 계획을 미뤄오다가 드디어 지난 1일 새벽 소백산 국립공원 마구령∼국망봉∼어의곡리까지 24㎞ 구간 산행에 나섰다.

소백산 명물 철쭉 · 마의태자 전설 깃든 국망봉

1일 오전 3시 창원에서 출발한 종주팀은 4시간가량 달려 경북 영주시 부석면 임곡리 입구에 당도했다. 산행 기점인 마구령(해발 고도 820m)은 부석면 임곡리와 서쪽 남대리를 잇는 고갯마루로 비포장 길에다 폭이 좁아 버스 진입이 어렵다. 임곡리 주민의 도움을 받아 트럭을 타고 마구령에 올랐다. 간단한 체조로 긴장된 마음을 풀고 첫 번째 목적지인 고치령(760m)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고치령까지는 종주팀의 속도로 두 시간 남짓이면 가능한 8㎞ 거리다.

대간 마루금을 밟으면서 이어지는 이 코스는 큰 봉우리가 없다. 마구령을 출발한 지 두 시간 남짓 걸려 첫 번째 목적지인 고치령에 당도했다.

옛길에서 만날 수 있는 장승과 산신각이 종주팀을 반겼다. 산신각 앞 돌배나무는 하얀 꽃을 피워 봄의 정취를 물씬 풍겼다. 갑자기 이조년의 시(詩) 한 수가 떠올랐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냐마난/ 다정(多情)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드러하노라'

산신께 무사 산행을 기원하며 이번 산행의 최고봉인 국망봉을 향했다. 고치령에서 국망봉까지 거리는 11㎞가 조금 넘는다. 크고 작은 봉우리가 많아 지루하지는 않다. 하지만, 해발 760m의 고치령에서 1421m인 국망봉까지는 거의 두 배가량을 올라야 하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소백산 명물인 철쭉은 아직 때가 이른지 화사한 모습을 감추었다. 소백산 구간은 지난해 5월 31일 죽령∼배점리 코스에 이어 두 번째 산행이다.

완만한 능선길을 한동안 오르면 국망봉 10.2㎞라고 적힌 이정표를 지나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면 큰 바위가 버티고 있다. 다시 경사가 급한 참나무 숲길을 올라 잡목지대를 빠져나오면 헬기장에 닿는다. 유독 이번 구간에는 조난자가 많은 탓인지, 아니면 조난자를 안전하게 이송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헬기장이 많은 편이다. 산행은 완만하게 진행되지만 자신도 모르게 고도가 높아진다.

국망봉 7.7㎞ 이정표를 지나 평탄한 잡목능선을 따라 1031.6m봉을 통과하고 완만한 능선길을 올라 2번째 헬기장을 지나면 잠시 후 연화동 갈림길(1015m)에 닿는다. 국망봉 4㎞ 지점 앞 3번째 헬기장을 지나 완만한 경사길을 따라가면 신선봉 갈림길(1272m)에 도착한다. 신선봉(1389m)과 민봉(1362m)으로 방향을 잡으면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인 구인사로 이어진다. 잡목 숲 능선길을 따라 내려서면 늦은맥이 삼거리에 닿는다.

큰 봉우리 없어도 오르락내리락 지루하지 않아

이곳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면 국망천 범바위골로 5㎞ 정도 내려가면 을전 삼거리가 나온다. 잠시 휴식을 취한 종주팀은 이번 구간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는 상월봉을 거쳐 국망봉으로 방향을 잡았다. 늦은맥이 삼거리에서 국망봉까지는 2㎞ 남짓으로 마지막 힘을 쏟아야 한다. 철쭉이 피는 계절이었다면 화사한 풍경이 더없이 좋은 구간이다. 급경사 길을 올라 상월봉(1394m)에 올라서면 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 신선봉, 국망봉, 비로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상월봉에서 국망봉까지는 철쭉 군락지를 따라 20분 남짓이면 당도한다. 충북 단양군 가곡면과 경북 영주시 순흥면의 경계에 있는 봉우리인 국망봉(國望峰)은 슬픈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곳이다.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신라를 회복하고자 노력했으나 실패하자 삼베옷 한 벌만 걸치고 이곳에서 망국의 한을 달랬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국망봉에서 북서쪽으로 내려서면 계곡을 따라 8㎞가량 내려와야 최종 목적지인 어의곡리에 도착한다. 등산로가 명확하지 않지만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크게 무리가 없다. 하산 시간은 두 시간 정도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 하산길에 다소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지만 전체 산행은 10시간을 넘지 않았다.